[기록 파일 00-1 / 해상사고 D-구역 / ‘균열’ 관측 17분 전]
영상의 출처는 불분명했다. 그러나 몇 번을 다시 봐도 영상 자체에 인위적 편집이나 조작은 없어 보였다. 보다 전문 장비를 갖춘 곳에서 보면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선 있는 그대로 촬영된 기록 같았다.
영상은 무음으로 시작한다.
검은 화면, 고르지 못한 숨소리. 숨이 지나치게 일정한 듯, 기계적 리듬이 섞여 있다. 마치 인간의 호흡을 흉내 내는 듯한 느낌.
그 숨소리 뒤로 목소리가 이어진다.
“드디어… 기록에 성공했습니다.”
프레임 한가운데 한 여성이 앉아 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이마에는 마른 피가 얼룩져 있다.
조명이라곤 카메라의 작은 붉은 촬영램프뿐. 그것이 그녀의 눈동자 속에 반사된다.
“이제부터… 내가 직접 본 것을 전하려 합니다.
그 사건은, 전부… 날조된 거짓이었습니다.”
여성의 손이 떨린다. 그녀가 두 손으로 쥔 것은 작은 검은 장치다. 오래된 캠코더를 뜯어내 조립한 듯한 장치.
그녀가 그것을 켜자, 앞에 공중 투사된 영상이 펼쳐진다.
어둑한 바다. 깊은 밤인지, 새벽 직전인지 알 수 없다.
물 위로 떠오른 넙적한 물체—구명보트.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이 팔을 흔들며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화면이 급히 움직인다. 오른쪽, 또 다른 배가 나타난다. 구조선. 파도에 출렁이며 점차 다가오는 듯 보인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일정 거리 이상 가까워지지 않는다. 몇 분이 흘러도 마찬가지다.
여성의 목소리가 다시 덧입혀진다.
“이 장면은… 공식 기록엔 없습니다. 이 구조선은… 도착 직전, 멈췄습니다.”
영상이 전환된다.
이번엔 구명보트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상부 지시 확인. 정지! 정지!”
구조선의 엔진음이 꺼졌다, 다시 살아난다. 그러나 방향은 바뀌어 있다. 구명보트가 점점 멀어진다.
다시 처음의 장면. 그러나 이제 보트 위 사람들의 팔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다.
움직임이 사라진 실루엣은, 마치 보트 일부처럼 굳어버렸다. 구명보트가 서서히 시야에서 사라진다.
영상은 멈춘다.
여성은 붉게 빛나는 카메라 렌즈를 응시한다.
“보신 것처럼… 생존자들이 분명 있었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떨군다. 피 묻은 손이 무릎 위로 떨어진다.
“제 동생도… 구조될 수 있었습니다. 그날, 적지 않은 승객들이 한참을 물 위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구조를… 중단시켰습니다.”
그 순간, 화면이 흔들린다. 문 두드리는 소리.
“안에 있는걸 알고 있다. 당장 문 열어!”
여성은 카메라 쪽으로 몸을 기울인다.
“이 영상이… 많은 사람들에게 퍼지길 바랍니다.
진실은… 결국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문이 강제로 열리는 소리.
카메라는 전원이 꺼지고, 영상은 정지된다.
📺 2082년 / 뉴스 채널 24
“최근 온라인에 유포된 ‘사고 진실 영상’은 국가정보보안법 위반으로 삭제 조치되었습니다.
해당 인물은 조현병 환자로 오래전 부터 폭력적 성향을 띄어 가족들에 의해 강제입원이 요구되어왔다고 당국은 밝혔습니다.”
“한편, 극단주의 진실주의자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영상을 근거로 과거 정부 은폐 의혹을 제기하며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내레이션 / 관찰자 내적 독백)
“그날, 분명히 생존자들이 물 위에 있었다.
그러나—어느 누구도 구조되지 못했다.
누군가, 구조를 금지했다.
그리고 47년이 지나, 나는 그것을… 봤다.”
화면은 암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