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2년 6월 5일, 새벽 안개가 창문을 가득 채운 조용한 방.
강후는 USB와 노트북, 오래된 신문 스크랩들을 펼쳐두고 화면을 켰다. 화면 속에는 N4-P3-C19 실험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영상 속 연구원들은 하얀 보호복을 입고 있었고, 침대 위에 누운 지원자가 눈에 띄었다.
처음 영상이 시작되었을 때, 지원자는 단순히 질문에 답하려는 듯 보였다. 그러나 곧 그녀가 순간적으로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장면이 반복되었다. 화면에는 미세한 흔들림과 떨림이 기록되어 있었고,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나타나는 현상은 연구진을 포함해 누구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이상 현상으로 남았다. 강후는 노트를 펼쳐 한 장면씩 관찰하며 기록했다.
‘사라졌다 나타남’, ‘양손 피투성이’, ‘입술 떨림’, ‘눈동자 수축’, ‘몸의 자세 변화’ 등. 그는 작은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고 메모하며, 영상 속 반복되는 현상을 하나씩 추적했다.
강후는 영상 재생을 반복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게 정말 장치 오류일까… 전등의 깜빡임 같은게 원인일 수 있을까? 아니면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그는 영상을 몇 차례 돌려보며 장면마다 일어나는 현상을 분석했다. 특정 순간, 지원자의 손가락 움직임과 몸의 떨림이 규칙적인 패턴을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 순간에는 완전히 불규칙하게 보이기도 했다. 화면 속 연구진들은 놀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침묵했다. 단순 임상시험이지만, 그들의 반응에서는 당혹감과 혼란이 엿보였다.
강후는 신중히 최이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령 씨, 영상 속 지원자가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나타나는 장면을 봤습니다. 이게 정말 어떤 현상인가요?”
최이령은 잠시 숨을 고르고 말했다.
“…그 기록은.. 아니,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는 저도 알 수 없습니다. 데이터 조차 부족하고 누구도 제대로 된 설명을 할 수 없어요.”
강후가 조금 더 조심스럽게 물었다.
“깜빡거림이 실제로 있었을 가능성도 있는 건가요?”
최이령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단, 확실한 건 지원자가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나타나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 그 이후 지원자가 이전과 달라진 모습이었다는 것뿐이에요. 왜 그런 변화가 생겼는지는 누구도 설명할 수 없습니다. 초자연적 현상이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험 자체는 평범한 임상시험이었고, 신체 반응을 측정하고 기록하는 일반적인 테스트였죠.”
강후는 노트를 덮고 창문 너머 조용한 도시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영상 속 2분, 지원자가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나타난 장면… 실제인지 장치 오류인지 아직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지원자가 사라졌다 나타났고, 뭔가 달라졌다는 건 확실하다.’
그는 잠시 숨을 고르며 다시 영상에 집중했다. 장면마다 지원자의 손과 표정, 몸짓을 관찰하며, 사라졌다 나타난 순간의 시간 간격, 반복 횟수, 연구진들의 반응까지도 꼼꼼히 기록했다. 단순한 실험 기록 이상의 것이 있다는 직감이 점점 확실해졌다.
영상의 각 장면마다 지원자가 겪은 이상 현상을 하나씩 재구성했다. 손과 팔의 떨림, 미세한 움직임의 차이, 눈동자의 변화, 호흡 패턴까지. 강후는 메모를 덧붙이며, 이 모든 것이 일상 실험 기록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했다.
강후는 노트를 다시 펼쳐 각 장면과 지원자의 상태를 비교하며 분석했다. 영상 속 반복된 사라짐과 나타남의 패턴, 연구진의 반응, 장치의 미세한 흔들림까지 모두 메모했다. 그는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단순한 영상 기록이 아니라, 설명할 수 없는 사건의 일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했다.
조용한 방 안, USB와 노트북, 메모지 위에 놓인 펜과 기록들. 강후는 심호흡을 하고, 다시 영상을 재생하며 하나씩 분석을 이어갔다. 이 흔적을 따라가면, 과거의 단편 기록 속에서 감춰진 진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강렬한 확신이 마음속에서 커져갔다.